긴 침묵

2009/03/27 03:45
긴 침묵의 시간. 말하지 않는다고 하여 잊은 것은 아니다. 썰물처럼 빠져나간 상처에 그만큼을 채우는 쓸쓸함. 당신을 잃고 나는 평생을 절름발이처럼 살아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. 당신이 가지고 있던 공간만큼은 그 누구도 채우지 못할 것이라고. 그래 아마 그러하겠지. 내게 가장 소중한 친구를, 언니를, 조언자를 잃은 나는 나의 반만큼이 없는 채 살아야 할지도 모르지.

어렸다. 그래서 배려하지 못하였고 생각하지 못하였다. 그러한 업보였다. 당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어린 나의, 웃으며 말했지 나는 은서이고 당신은 화서야 라고. 그 순간조차 내가 주인공임을 말한 어린 나의 미숙함을 당신은 웃으며 지켜보기만 했지.

당신이 휘어지면 내가 휘어졌다. 당신이 서면 내가 섰다. 하나가 될 수는 없지만 가까운 거리만큼, 그래 당신의 말대로 체온을 느낄 수 있을만큼의 거리에 서있으며 꼿꼿하게 서고 싶었다. 당신이 설 수 있도록. 비록 내가 조금 아프더라도 비록 내가 조금 힘들더라도 지키고 싶었다.그런데 어떠하였나. 당신에게 내 상처만 쏟으며 그걸 받아내기를 바라지 않았나. 나는 힘드니까 더 강한 당신이 견뎌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나. 미련하게. 미련하게.

아마 또 이 새벽이 지나면 기억 속에 당신을 묻어두고 일상을 살아갈 것이다. 가끔 발작처럼 떠오르는 기억을, 죄책감을 누르고 살아가겠지. 미안해 언니. 이제 난 충분히 강해서 견고한 뿌리를 지니고 있지만 이 뿌리로 언니를 지킬 수가 없어. 미안해 언니. 어린 나의 잔인함이 얼마나 언니를 아프게 했을지.  
한번도 말하지 못했지. 당신이 내게 어떤 존재인지. 어떤 의미인지. 어떤 무게인지. 아마 앞으로도 말할 수 없겠지. 아니, 아니, 이런말이 더이상 무슨 소용일까. 미안해. 그저. 미안해.
Posted by 무가당 담배 클럽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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